눈을 감으면 비로소 다른 감각이 깨어난다. 시각 정보가 차단되는 대신, 다른 정보들에 집중할 기회가 생긴다. 입시에서 블라인드도 마찬가지다. 학교라는 정보가 차단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부분이 중요해진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강화된 점은 세특 속 전공이었다. 블라인드 속 학생의 학업역량과 태도를 검토하다 보면 개별 전공 주제에 집중하게 된다. 본인이 선택한 전공 관련 활동이 가장 심층적 탐구 주제가 되는 것이 학종의 일반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일반전형 면접에서도 진로 관련 개성 있는 생기부 활동은 집중 질문 대상이 되었으며, 이에 답변한 학생들은 지금 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이름이 블라인드 처리되어도 학교의 모든 정보가 블라인드 된 것은 아니었다. 학교 내신 난이도 격차는 표준편차를 통해 보완된다. 표준편차가 5점대인 특목고와 30점대인 일반고는 같은 내신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과학고, 영재고, 외국어고 등이 2020년 대비 2021년 더 높은 비율로 일반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생 고교 유형별 현황]

구분

일반고

자공고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

외국어고

국제고

2021

492

42

266

142

308

220

41

29.1%

2.5%

15.8%

8.4%

18.2%

13.0%

2.4%

2020

588

43

277

133

265

223

40

33.6%

2.6%

15.8%

7.6%

15.2%

12.8%

2.3%

출처 : 서울대 입학처 홈페이지 보도자료

 

문제는 이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대학에선 학생의 개별적 진로 고민을 보고 싶은데, 일선에선 여전히 기존 내신 기준 학과 나눠먹기식 입시지도가 이루어진다. 그 결과 특목고 전체의 입학 비율은 증가했지만, 기존 서울대 입시에서 강세를 보인 학교들의 입학 인원은 오히려 줄어든 곳이 많다.

 

학생들은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잠 못 자며 자기만의 소중한 결과물을 만든다. 블라인드 속에서는 이러한 활동 하나하나에 더 집중해야 한다. 치밀한 서류 분석을 통해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한다면, 선명한 입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전략을 통해 블라인드 평가를 합격의 결정적 요인을 제공할 기회로 만든 학생은 2022년 자하연 앞에서 와플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